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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이 놓인 현실

여러분은 입시가 공정한 선발과정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불공정하다면 여러분은 화가 끓어오르겠지요. 그런데 작년 도쿄의과대에서 부정 입시가 발각되고서 여학생과 재수생을 차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문부과학성이 전국 81개 의과대학, 의학부에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입학하기 어렵다는 점, 즉 남학생의 의대 합격률은 여학생의 의대 합격률보다 1.2배 높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문제가 된 도쿄의과대에서는 1.29배였고, 남녀의 의대 합격률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곳은 준텐도대로 남학생 의대 합격률은 여학생 합격률보다 1.67 배가 높았습니다. 이러한 대학에는 쇼와대, 니혼대, 게이오대 등 사학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차이가 1.0보다 낮은 대학, 즉 여학생이 들어가기 쉬운 대학은 돗토리대, 시마네대, 도쿠시마대, 히로사키대 등 지역의 국립대학이었습니다. 참고로 도쿄대학 이과학부는 1.03배로 평균보다 낮지만 그래도 높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통계는 중요합니다. 이를 근거로 고찰할 수 있어서입니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합격하기 어려운 것은 남학생의 성적이 좋아서일까요? 이번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한 문부과학성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남학생이 우위인 학부는 별로 없으며, 문과든 이과든 여학생이 우위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의대를 빼고서 타 학부에서 여학생의 합격률이 1.0 이하라는 점, 즉 의대에서 남학생 합격률이 여학생 합격률보다 1.0을 넘게 높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실상, 각종 데이터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높다는 점이 증명되었습니다. 첫째 여학생은 재수를 안 하려고 지망 대학을 여유를 갖고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장기적으로 볼 때 도쿄대에서 여학생 비율은 “20% 벽”을 넘지 못합니다. 올해 여학생 비율은 18.1%로 전년도를 밑돌았습니다. 통계적으로 편차치(성적 표준값에 대한 분포도) 정규분포에 성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남학생보다 더 뛰어난 여학생이 도쿄대 시험을 치르는 셈입니다. 셋째 4년제 대학 진학률 자체에 성차가 있습니다. 2016년도 학교 기본 조사를 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남자는 55.6%, 여자는 48.2%로 그 차이가 7%나 벌어집니다. 이 차이는 성적차가 아니고, ‘아들은 4년제 대학을 보내고, 딸은 전문대면 된다’고 생각한 부모가 성차별을 한 결과입니다.

최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씨가 일본에 와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만 여성 교육이 중요하고 일본에서는 상관없는 것일까요? “어차피 여자애니까”, “그래봤자 여자니까”라며 찬물을 끼얹고 여성의 발목을 잡는 것을 ‘의욕의 냉각효과’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딸을 키웠나”라고 묻자 말랄라 씨의 아버지는 “딸의 날개를 꺾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많은 딸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날개를 꺾인 채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도쿄대에 진학한 학생한테는 어떤 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도쿄대 남학생은 미팅 때 인기가 많습니다. 도쿄대 여학생한테 미팅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 다녀?”라고 타대학 남학생이 물으면 여학생들은 “도쿄에 있는데……”라 대답한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답 하느냐 물으니 도쿄대에 다닌다고 하면 미팅에 나온 남학생들이 꺼려서 그렇다고 합니다. 같은 도쿄대에 다녀도 남학생은 도쿄대 학생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여학생은 왜 답하기를 망설일까요? 그것은 남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은 일치하는 하나, 여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 사이에는 뒤틀림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여성은 귀여워야 한다고 기대를 받습니다. 그런데 ‘귀엽다’는 것은 어떤 가치일까요? 사랑을 받고 선택을 받고 보호를 받는 것에는 상대를 절대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는 보증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여학생은 자기 성적이 좋거나 자신이 도쿄대 학생이란 점을 숨기려는 겁니다.

도쿄대 공학부와 대학원 남학생 다섯 명이 사립대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 남학생 3명이 퇴학, 2명이 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사례로 히메노 가오루코라는 작가가 소설 <그녀는 머리가 나쁘니까>을 썼는데, 작년에 이 소설을 주제로 도쿄대학에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소설 제목인 “그녀는 머리가 나쁘니까”라는 말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 남학생이 말한 것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 일본 사회가 도쿄대 남학생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쿄대에는 아직도 도쿄대 여학생을 들이지 않고 타 대학 여학생만 들이는 남학생 동아리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학생이던 오십 여 년 전에도 비슷한 동아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입니다. 올 3월에 도쿄대학 남녀공동참획 담당이사인 부학장 명의로 여학생을 배제하는 것은 ‘도쿄대 헌장’이 주창한 평등 이념에 반한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지내던 학교는 겉만 평등한 곳이었습니다. 경쟁에 남녀 구분은 없으나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에 이미 숨겨진 성차별이 시작됩니다. 사회에 나가면 더 노골적인 성차별이 횡행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도쿄대학 또한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사회 중 하나입니다.

학부에서 여학생 비율은 약 20%인데, 대학원에서는 석사과정 25%, 박사 과정에선 30.7%입니다. 그 후 연구직이 되면요. 조교 비율은 18.2%, 조교수 11.6%, 교수직 7.8%로 낮습니다. 이것은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여성 학부장, 연구과장은 15명 중 1명이며 역대 총장 중 여성은 없었습니다.

여성학의 선구자로서

이런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40년 전에 태어났습니다. 여성학이라는 학문입니다. 이후 젠더 연구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 이 세상에 여성학이라는 학문은 없었습니다. 없어서 만들었습니다. 여성학은 대학 밖에서 태어나서 대학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25년 전, 제가 도쿄대에 부임했을 때, 저는 문학부에서 교수가 된 세 번째 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단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여성학을 시작해보니, 온 세상은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뿐이었습니다. 어째서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걸까? 주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생리대나 탐폰이 없던 시대에 어떤 용품을 썼나? 일본 역사에서 동성애자는 있었는가? 아무도 조사해 본 적이 없어서 선행연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뭘 연구해도 그 분야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도쿄대에서는 주부 연구로도, 소녀 만화 연구로도, 섹슈얼리티 연구로도 학위를 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새로운 분야에 몰두하며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원동력은 계속되는 호기심, 또 사회의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학문에도 벤처가 있습니다. 쇠퇴하는 학문이 있고, 새로 떠오르는 학문이 있습니다. 여성학은 신생학문이었습니다. 여성학뿐만 아니라 환경학, 정보학, 장애학과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분야가 생겼습니다. 시대의 변화가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변화와 다양성에 열린 대학

도쿄대는 변화와 다양성에 열린 대학입니다. 저 같은 사람을 채용하고 이 자리에 세운 것이 증거입니다. 도쿄대에는 국립대학 최초의 재일 한국인 교수 강상중 씨도, 국립대학 최초의 고졸 교수 안도 다다오 씨도 계셨습니다. 또한 시각과 청각 복합 장애인이신 교수 후쿠시마 사토미 씨도 계십니다.

여러분은 뽑혀서 이 대학에 왔습니다. 도쿄대생 한 명당 들어가는 국비 부담은 연간 500만 엔이라 합니다. 이제부터 4년간 훌륭한 교육학습 환경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저는 이 점이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기까지 내가 열심히 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생각으로 왔을 겁니다. 그러나 앞서 불공정한 입시 경쟁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공정한 대가를 주지 않는 사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대가가 따를 거라고 여길 수 있는 여러분의 생각 그 자체, 여러분의 노력에서 나온 성과가 아니라, 환경 덕택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이 노력하면 보답을 받을 거라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금껏 여러분 주변 환경에서 여러분을 격려해주고 등을 밀어줬으며, 손잡아 끌어주고 여러분이 이뤄낸 것을 평가하고 칭찬해줬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열심히 노력해도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 노력을 하래야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 열심히 노력하고 애를 쓰다가 그만 몸과 마음을 해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노력하기 전부터 “어차피 너는 안 돼”, “해 봤자 안 돼”라며 노력할 의욕마저 꺾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경쟁에서 혼자만 이기기 위해 자신의 노력을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혜택 받은 환경과 그 능력을, 그렇지 못한 이들을 깎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강한 척하지 말고,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서로 지지하며 살아가도록 하십시오. 페미니즘이라는 여성운동이 여성학을 낳았는데, 페미니즘은 결코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고 싶다거나, 약자가 강자가 되고 싶다는 사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약자가 약자인 채로 존중받을 것을 요구하는 사상입니다.

도쿄대에서 배울 가치

지금까지 이론이 안 맞고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여러분은 정답이 있는 지식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답 없이 물음으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대학 안에 다양성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가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딪히는 곳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대학에만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도쿄대에는 해외 유학이나 국제 교류, 국내 지역 과제 해결에 관한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미지를 추구하여 다른 세상에도 뛰어들어 보십시오. 다른 문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도쿄대 명성이 전혀 안 통하는 세상에서도, 어떤 환경에서든 어떤 세계에서든, 설령 난민이 되어서라도,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을 익히기를 바랍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가치는 이미 있는 지식을 익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던 앎을 창출해내기 위한 지식을 익히는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낳는 지식을 메타 지식이라고 합니다. 대학의 사명은 메타 지식을 학생한테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도쿄대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9년 4월 12일 NPO 여성의 액션 네트워크(WAN, Women's Action Network) 이사장 우에노 지즈코 (번역 조승미)